안녕 SK! 짧고도 긴 5개월을 마무리하며 :)

2021. 10. 27. 02:04Work Log/SK Ener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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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한지 어느덧 일주일하고도 절반이 지나갔다.
퇴사를 하고 나서도 중간고사에, 중간 발표까지 덮치는 바람에 허겁지겁 마무리하고 이제야 겨우 정신 차리고 이렇게 글을 쓴다.

입사를 하고나서부터, 계속해서 마음 속에 드는 이질감이라고 해야할까, 어색함이 있었다.
'내가 과연 이 일에 적합한 사람일까', '나같은 사람이 이런 곳에 출근해도 괜찮은걸까' 하는 생각?
마치 안맞는 옷을 입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들었던 것 같다.

그도 그럴게, 회사 안에서 정말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내 나이 또래는 보이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직원들도 거의 대체로 서연고 출신이거나 해외대학 출신들이 많아서 더 위축되는 감이 없잖아 있었다.
데이터 분석을 해오긴 했지만 본전공이 아니어서 자신감도 많이 없었다.
주어지는 업무는 한 눈에 이해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사수님에게 물어보자니 미안하고 한편으로는 바보 취급을 당할까봐 무서웠던 것도 있었던 것 같다.

실제로 업무는 많이 어려웠고(인턴이 수행하기에는), 7월 말에서 8월은 거의 매일 야근을 달고 살았다.
특히 회사에서 나의 코드를 리뷰하고 실제로 코드를 구현할 수 있는 직원은 사수님을 제외하곤 없었기 때문에, 잘 모르는 개발 환경에 대해 물어볼 사람도 없었다.
그래서 8월엔 거의 매일 밤 퇴근하고나서 관련 도큐먼트들을 찾아보며 새벽까지 공부를 했다.
그렇게 공부를 하고 잘때면 '내가 이 업무를 잘 해낼 수 있을까,' '괜히 솔루션을 직접 구현해보겠다 한건가' 등 온갖 잡생각이란 잡생각은 다 들었다.
그리고 공부한 다음날 어김없이 문제가 해결이 안될때면, 이런 사소한 것도 해결 못하는 내 자신이 너무 밉고 답답했더라는.


한 날은 압박감에 도저히 못이겨 방 안에서 몰래 울다가(원래 부모님 앞에선 의연해보이고 싶은게 인지상정이다) 거실에 휴지 가지러 가다 엄마에게 들킨 적도 있었다(ㅋㅋㅋ)
엄마가 안아주면서 다 괜찮다고, 하는 그 얘기에 왜 그렇게 눈물이 나왔는지 모르겠다.



지금은 이런 어려움들을 잘 이겨내서 마무리했고 그때 한참 힘들게 배워서인지는 몰라도 9월에 주어지는 새로운 업무들은 수월하게 잘 해낼 수 있었다.

인수인계만을 앞두고 마무리 겸 사수님과 둘이서 회식 자리를 가졌다.
술을 마시면서 허심탄회하게 지난 4개월들을 얘기하는데, 사수님께서 이 회사에서 업무하면서 재미있었냐고 물어보셨던게 기억에 남는다.

솔직히 업무 자체가 재미있었다고 말하면
그건 거짓말인 것 같다.
근데 내가 이 업무를 하면서 엄청난 성장을 한 것은 맞다.
내가 잘 알지 못했던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쉽게 접하기 힘든 대규모 인프라도 경험할수있었다.
내가 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일들을
결국 해냈고, 여기서 오는 성취감이 있다.
이런 성취감도 재미라는 범위에 포함시킬 수 있다면,
난 너무 재미있었던 것 같다.


세상에 자신의 업을 마냥 재미로만 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아마 없을 것이다. 그리고 재미로만 한다는건 내가 볼때 그냥 세상이 만들어낸 파랑새에 가까운 것 같다.
물론 재미도 포함되겠지만, 그 재미는 단순한 재미라기보단 내가 사랑하는 것을 해내기 위해 노력한 시간과 그것을 해낸 성취감 등이 섞여 애정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닐까.
오래된 연인들이 서로의 외모에 욕구를 느끼기보다 그간 쌓여온 기억들에 애정을 얻는 것처럼.
싸우면서 생기는 정이 무섭다는 말이 괜히 생기는게 아니다.
여하튼, 난 그래서 이런 모든 복합적인 감정들을 그냥 재미라고 부르려고 한다. 그게 그냥 재밌을 것 같다!(심히 이중적)


또 한가지 신기했던 점은, 내 나름대로 노력했던 것들이 윗사람에게는 다 보였다는 것이다.
나는 사실 아무도 모를 줄 알았다. 업무를 진행하면서 현실적으로 안되는 것들이 있었고, 그냥 내가 안된다고 하면 사실 안해도 될 일들이 굉장히 많았다.
그래도 내가 맡은 일은 완벽하게 해내고 싶다는 생각에 혼자 몰래 찾아보고, 실행에 옮겨보고 계속해서 시도했고, 결국 실무에 사용할 코드를 구현할 수 있었다.
근데 이런걸 직원분들에게 말하기도 애매하고, 자랑하는 것도 웃겨서 그냥 혼자 만족하는 거에 그치려고 했는데 다 알고 계셨다.

나의 그런 모습들이 보기 좋았고, 솔직히 자기 동년배 친구들에 비해 훨씬 성숙하고 일도 잘해왔다는 말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감동모먼트1
감동모먼트2

사수님은 사실 칭찬에 굉장히 인색하신 분이신데, 이렇게 말씀을 해주시니 정말 감사했다.
내가 잘하고싶은 분야에, 실제로 종사하는 사람에게 인정받는 그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내가 이 업무에 정말 잘 어울리는 사람일까, 이런 곳에서 일해도 될까, 마치 안맞는 옷을 입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그런 고민들이 많이 적어지게 되는 그런 시간이었다.
(사실 정규직 제안도 받았었다..속닥속닥)

여하튼 마지막 퇴사하는 날에는 대리님, 인사팀 직원분, 과장님, 팀장님 할 것 없이 모두에게서 응원을 받았다.



내가 사회에서 잘 이겨낼 수 있을까, 내가 혹시 잘못된건 아닐까 수십번 수천번 고민을 해왔는데 이번을 기점으로 그래도 내가 틀린 길을 가진 않았다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더 많은 일들에 도전하고, 성장해나가고 싶다!

퇴사로그 이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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