퀘렌시아의 2학기, 나에게 질문을 던지는 시간.

2020. 11. 24. 02:53I'm Jazzing/Life 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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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너무 오랜만에 쓰는 기록이다!
최근에 나는 상당히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지난 학기 파란학기와 창업동아리, 인턴 지원과 복수 전공을 병행하면서 쏟아지는 과제와 할 일들에 번아웃이 왔었다.
로켓펀치에 프로필을 올리면 정말 다양한 스타트업에서 나에게 연락이 오는데, 나름 그때 당시의 나에게 자존감을 올려줬던(ㅋㅋㅋ)사이트였다.
특히 갓 시작한 스타트업에서 기획직무로 와달라거나, 심지어는 CTO로 와달라는 회사도 있었다.(제정신?)
미국에 있는 자연어처리 스타트업에도 지원을 했었는데, 한달에 거진 400만원 가까이를 벌 수 있어서 제법 쏠쏠한 직무였었다.
(결국 코로나가 무서워서 포기를 해버렸지만...)
이런 저런 일들을 겪으면서, 내가 무엇에 의미를 두고 사는지에 대한 의문이 강하게 들었다.
내가 무엇을 위해 공부를 하는지, 왜 살아야하는지 그런 근본적인 의문들이라고 해야하나

답을 알고 싶어서 혼자 속초 여행도 다녀오고, 방황하면 삶이 어떻게 되는지 너무 궁금해서 일주일 내내 닌텐도 스위치만 했던 적도 있던 거 같다.

한참을 고민하던 중(심지어 내가 무엇을 고민하는지에 대해서도 고민하던) 문득 퀘렌시아가 떠올랐다.
퀘렌시아는 투우사와 싸우던 소가 숨을 고를 때, 힘을 되찾기 위해 돌아가는 자신만의 영역을 일컫는 말이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시인 류시화는 퀘렌시아를 두고 '무언가를 상실했을때, 그때가 당신의 퀘렌시아로 돌아갈 때다. 삶의 파도들이 일어나게 두라. 당신은 바다 그자체이니'라고 말했다.
그순간 지금이 나만의 퀘렌시아를 찾을 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오랜 고민 끝에 결국 나에게 쉼을 선물해줘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하계 방학을 기점으로 거의 모든 활동을 그만뒀다. 창업 동아리를 나가고, 혼자서 뻘짓하는 것들을 그만뒀던 거 같다. 대신, 나에게 좀 더 귀를 기울이기로 했다. 나에게 귀 기울일 수 있는게 어떤 것들이 있을까 고민을 하다 보니 책이 떠올랐다.
이때까지 읽고 싶었지만 미뤄왔던 책들을 읽기로 했다.

오전 11시쯤 늦게 일어나서 핸드폰하다 점심을 만들어 먹고 나가면 1시, 스터디 카페에서 공부를 다 마치고 집에 털레털레 가면 12시. 샤워를 하고 맥주를 들고 앉으면 새벽1시.
책 읽기 딱 좋은 시간이다.
9월 말부터 책을 읽기 시작했으니 거진 매주 한권의 책을 읽은 셈이다.
책을 읽으면서 종종 스스로 질문을 던지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또 내가 살고 있는 공간에 불편한 것들에 대해 계속해서 생각을 하기도 했다.
질문을 던진다는게 거창한건 아니고 길을 걷다 불편한 것들이 보이면 '왜?'라고 생각하는 그런 것들을 계속했다.

나는 특히나 질문하는걸 좋아하는 편인데, 인문학이나 과학에 한해서는 적어도 내가 질문하는 것들에 대해 반길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 심층적으로 문제에 다가갈 수 있게 해줘서 너무 좋은 것 같다.

말이 나와서 그런데 '능력위주사회의 함정'이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은 정말 사회에 물음을 던지는 책이다. 추천추천 특히나 그중에서도 '데미안'은 너무x10000 감명깊은 책이었다.(지금도 누가 데미안 얘기하면 그 앞에서 3시간 떠들 자신있다)

작중 주인공 싱클레어가 전학생 데미안을 만나면서 옳고 그름에 대한 자신의 편견이 깨지는 것에 관련된 책인데, 너무 공감이 많이 돼서 정말 한장 한장 넘길때마다 고개 끄덕끄덕 일억오천만번했다 ;/

그중에서도 가장 감명깊었던 구절이 있었는데 '스스로 판단하고 스스로 심판하지 못하는 사람은 금지된 것에 순응한다'였다. 내 인생에서 남들이 옳다, 잘못됬다고 하는 것에 그냥 따르는게 아니라 내가 스스로 판단해서 옳지 못한 것을 따르지 않다는게
얼마나 중요한건지를 최근에 안 나로써는 정말 데미안을 쓴 헤르만헤세가 천재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구절이었다. 여하튼! 다양한 시인들의 시를 접하다보니 이렇게 좋은 문장, 구절들을 본래의 언어로
낭송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래서 내가 정말 아끼는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black wood quate에서의 구절(이미 이건 내 인스타그램 계정 소개글)을 외웠고,
이젠 데미안을 시작으로 다양한 언어의, 다양한 시들을 외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하필 데미안이 독일어로 되어 있어서, 미칠듯이 발음하기 어려운 탓에 ㅋㅋㅋㅋ 규림이한테 발음교정을 받다가 결국 독일에 있는 친구 timo에게 물어봤고, 정말 다행히 나의 발음 수업을 기꺼이 도와주겠다고 했다.

아니 죄다 퀡!쉙쓱 이런 소리가 나

timo's pronounce class

네팔의 '삶을 위한 지침', 터키의 나짐 히크메트가 쓴 '진정한 여행', 그리고 가장 중요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인도 켈커타의 마더테레사 본부의 벽에 써진 시다.
나중에 취업을 하고 나면 꼭 이 시를 내눈으로 직접, 보러 인도로 갈거다!
인도는 특히나 데미안이 떠오르는 나라인데, 한쪽에서는 너무 더럽고 냄새난다, 또 한쪽에서는 사람들이 친근하다 이러니ㅋㅋㅋㅋ
데미안의 '두세계'가 딱 적절히 어우러지는 나라인 거 같다.
하여간 여행을 삶이라 생각하는 나로써는 정말 매력적인 나라이다.(거지같다는 면에서 ㅋㅋ)언젠가 꼭 가야지.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나에 대한 질문의 답을 알고싶어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오히려 질문이 점점 늘어가는 느낌이다.
나에 대해 알수록 더 질문이 많아지는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이런 질문들에 대해 길가면서 고민하고, 혼자 밥 먹을 때 고민하고, 그러다보면 솔직히 다른 것들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거의 없다.

아, 책 이외에도 내가 하고싶은 것들에 대한 지식을 쌓고 싶어서 이것저것 어플을 깔아봤는데, 그중에서도 '퍼블리뉴스'는 정말 괜찮은 것 같다.
다양한 전문가(혹은 비전문가)들의 소신있는 글들을 구독하고 읽어볼 수 있는 서비스인데, 은근히 다양한 인사이트들이 올라와서 종종 저장해놓고 다시 읽어보는 편이다.

특히 요새 영어학원 강사를 하면서 영어에 대한 아쉬움이 살짝 들어서...팟캐스트로 이것저것 구독해놓고 아침마다 들으면서 점심 만들고 그러는데 너무 좋은 거 같다.
(비록 말하는 거의 70%밖에 못알아듣지만...)

특히 ted나 boss files는 너무 좋은 이야기들이 자주 올라온다.(물론 완벽하게 이해하지는 못한다)
timo랑도 종종 연락하고, 인턴을 시작하게 되면 이곳 저곳 외국인들이 있는 곳들을 많이 돌아다닐 거 같아 영어는 많이 늘 거 같다.

아 그러고 보니 인턴 얘기를 안했구나.
최근에는 데이터분석 직무로 인턴을 구하게 되었다. 1월 4일부터 근무가 시작이지만...아직 너무 부족한 실력 탓에 매일 분석 관련 영상을 보면서 혼자 공부를 하고 있다.
정말 운좋게도 소프트웨어 학과에서 공고가 올라왔고, 정말 정말 내 스타일인 스타트업이 마침 있었다.
삼성헬스의 데이터를 사용해서 데이터 분석 및 머신러닝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비즈니스 전략을 도출하는 그런 부서였는데 마침 내가 헬스케어 쪽을 많이 하기도 했고 특히나 좀 신뢰성있는 데이터를 만져보고 싶었던 터라 너무 매력적인 회사였다.
물론 바로 넣은건 아니고, 잡플래닛으로 리뷰도 찾아보고 회사 이력도 살펴보면서 혹시나 이상한 회사는 아닌지(?) 고민 끝에 지원하게 되었다.
정말정말 부족한 실력이지만 지원서를 열심히 작성해서 냈는데, 이래저래 면접 끝에 붙었다.
지원서 양식이 정말 가차없이 ㅋㅋㅋ 무슨 프레임 워크 부터 시작해서 할 줄 아는 걸 다 물어봐서 심히 당황했다 ㅋㅋㅋ
node.js 잘하세요? no...
android 잘하세요? no...
이 난리를 몇번했는지 모른다.

심지어 앞부분에는 대놓고 자료구조 성적이랑 알고리즘 성적 물어봐서 개당황ㅋㅋㅋㅋㅋㅋㅋ

자닌해 ..

하여튼, 내 나름대로 유리하게 손을 봐서(??) 면접까지 갈 수 있었고, 합격까지 갈 수 있었다.
특히 면접때는 내 지원서에 관심이 있었던 모든 임원, 직원들이 와서 나에게 질문 세례를 퍼부었는데 그 사실 조차 너무 좋았다.
적어도 다들 자기가 하고있는 분야에 대해 자신감이 넘치고 좀 열정이 있는 부분들이 보여서 였을까?
특히 CTO를 제외한 대표이사 전원이 외과의사여서 상당히 특이했던 것 같다.
나랑 같이 면접을 봤던 친구가 면접이 끝나고 직원분한테 혹시 여기서 일할 때 마스크를 벗고 일하냐고 질문한 적이 있었는데, 돌아오는 직원분 말씀이 "저희 대표이사님이 의사라 안돼요.."라고 한걸 듣고 너무 신기하고 웃겼었다 ㅋㅋㅋ하여튼! 1월 4일부터 출근인데 빨리 출근해서 이것저것 공부해보고 싶다.

정말 할말이 많은 11월 끝!
앞으로 얼마 안남은 12월, 그리고 연말도 이렇게 행복하게 지내고 싶다. 간절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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