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본디 실패 전문가이다.

2021. 1. 5. 06:49I'm Jazzing/Book Report📚

작가는 본디 실패전문가이다.
소설은 원래 실패에 관한 것이다.
마담보바리의 보바리 부인은 자살하고, 노인과 바다의 노인은 기껏 고생해 물고기를 낚지만 결국 상어에게 모두 뜯기고 뼈만 끌고 돌아온다.
문학은 성공하는 방법은 가르쳐줄 수 없지만 실패가 그렇게 끔찍하지만은 않다는 것, 때로 위엄있고 심지어 존엄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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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비관적 현실주의가 필요하다.
우리가 당장 바꿀 수 있는 것은 세상과 자신을 바라보는 관점이다. 대책없는 낙관을 버리고, 쉽게 바꿀 수 있다는 성급한 마음을 버리고, 냉정하고 비관적으로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우선이다.
현실을 직시하되, 그인에서 최대한의 의미, 최대한의 즐거움을 추구하자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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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즐거움을 천대하는 사회에서 성장해왔다.

"사람이 어떻게 자기가 좋아하는 것만 하면서 살 수 있나?"

우리는 명분이나 도리와 같은 '타인 지향적 윤리'를 강조하는 문화에서 자라났다. 우리에겐 자기즐거움, 즉 감성근육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

잘 느끼는 것이 왜 중요한가?
자기 느낌을 가진 사람은 다른 사람의 의견에 쉽게 흔들리지 않게 된다. 와인을 전문적으로 테이스팅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별점을 보고 와인을 고르는가? 평생 음악을 사랑하고 들어온 사람이 남의 평가를 보고 콘서트 티켓을 고르는가? 참고는 하겠지만 의존하지는 않을 것이다.

남에게 침범당하지 않는 단단한 내면은 지식만으로는 구축되지 않는다. 감각과 경험을 통해서 비로소 완성된다.
우리 사회에는 자기 스스로 느끼기보단 남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더 관심이 많다. 다른 사람이 아닌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나는 지금 느끼는가, 뭘, 어떻게 느끼고 있는가?
그것을 제대로 느끼고 있는가?

견고한 내면을 가진 개인들이 다채롭게 살아가는 세상이 될 때,
성공과 실패의 기준도 다양해질 것이다.
자기만의 감각과 경험으로 충만한 개인은
자연스럽게 타인의 그것도 인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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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해온게 아깝지 않아?"
"아니,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더 아까워.
이길은 내길이 아닌거같아."




-김영하, '말하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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